사이,
- 마치 이어지는 단편선 같은 느낌의 두 곡, - 작년 한 해, 왕성한 활동을 벌였던 더필름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단편선, '이런 사이', '다른 사이' 쉼 없이 달려온 시간들. '사랑, 어른이 되는 것', '함께 걷던 길', '예뻐' 등, 3집 앨범을 촘촘히 계절 감성 시리즈 형식으로 발표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더필름이 잠시 휴식기를 갖던 작년 겨울, 쉼은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2016년 첫 화두로 그가 삼은 건 '이야기'. 이미 페이스북에 가사 일부를 공개하며, 좋은 반응과 함께 가사가 실화인지 질문을 많이 받았을 정도로 구체성과 보편성을 오가는 더필름 특유의 가사는 이 앨범에서 더욱 구체적이 되어, 한 결 더 선명해진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노래 속에 등장하는 두 스토리는, 나의 사연일 수도 있고, 내가 아는 누군가의 사연일 수도 있다. 흔하게 존재할 법한 사연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런 류의 소재들은 특히 각자의 상황에 대입하기 좋은 '자신만의'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두 곡은 그런 개별적 정서를 따뜻한 대화체를 통해 오롯이 나만의 개인적 정서로 완성해 내고 있다. 이 앨범에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다른 사이'의 'Sketch' 버전이 들어있는데, 이 형식은 흔히 음원으로 접할 수 있는 완성버전이나 데모버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실제 더필름이 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녹음한 첫 버전, '날 것 그대로' 출시되는 이 음원은, 마치 더필름의 지인으로 곡을 먼저 받은 사람처럼, 뮤지션의 일상을 보다 가까이서 들려주고 싶은 더필름의 의도이기도 하다. 또한 1절 어디쯤엔가, 진행되던 노래가 사라지고 피아노 반주만 홀로 들리다 사라지는 구성은, 청자에게는 남은 부분의 멜로디를 상상할 수 있는 자극을 준다. 이 스케치 버전은 '다른 사이' 완성 버전이 공개됨과 동시에 다운과 스트리밍이 '중단'될 예정인, 일종의 '한정판' 개념으로 공개되는, 재미있고 참신한 음원 프로모션 시도가 될 예정이다. 더필름이 2016년 자신의 음악의 목표로 삼은 것 중 하나가 '더욱 자연스러움'인데, 그래서인지 타이틀곡 '이런 사이'는 평소의 더필름의 음색에 비해 조금 더 '정직'하게 '말하는 목소리'를 담고 있다. '사랑, 어른이 되는 것'이나 '스며든 밤' 등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성적인 목소리는 조금 낮추고, 목청 그대로를 담아 진심을 전달하고 있다. 타이틀곡 '이런 사이'와, '이런 사이 2탄으로 느껴질 '다른 사이(Sktech)'를 듣고 나면 누군가는 떠오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랑과 우정', 'Soulmate'에 관한 이야기는 시대가 흘러도 변함없이 영화, 드라마, 음악에 즐겨 쓰이는 코드.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연인과 친구 사이의 느낌을 투명한 수채화의 색으로 표현해 낸 '이런 사이'와 '다른 사이'는, 한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 사이에 마치 계절의 경계처럼 모호하지만 분명히 느낄 수 있는 어떤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